사랑에 빠져 본 적이 있는가? 그 감정이 사랑이라는 것을 당신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감정이라는 것은 감정, 그 자체보다 감정이 촉발하는 행위를 자세히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분노한 이는 얼굴이 붉어지고 언성이 높아질 것이고 슬픈 이는 눈물을 흘리거나 무기력 해질 것이고 즐거운 이는 이를 드러내며 웃거나 행동이 보다 가벼워 질 것이다.
하나의 행위가 하나의 감정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행위가 감정을 대변한다는 것에 대해 이이를 제기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은 어떤가? 사랑하는 이는 어떤가?
말없이 서로의 눈을 바라볼 수 도 있고 손을 잡고 강가를 산책할 수도 있고 입을 맞출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사랑인가?
사랑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사랑하지 않는 이와도 얼마든지
손을 잡고 강가를 산책할 수 있고 말없이 서로의 눈을 바라볼 수도 있고 얼마든지 입을 맞출 수도 있다.
사랑은 분노로 표현될 수도 있고 슬픔으로 표현될 수도 있으며 행복과 원망, 즐거움 그 모든 행위 속에서도 존재할 수 있다.
우리의 주인공 존 크로마티는 스스로 동물원의 우리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대단히 사소한 연인과의 말다툼 때문에 그는 인간으로써의 지위와 권리를 버리고 우리 속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갔다. 한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한 인류를 대표하는 ‘표본’으로써 그는 전시되었다.
조금 어색하고 불편한 점이 있긴 했지만 단단한 쇠창살 안에서 그는 안전했고 점차 모든 것이 안정되어 간다. 하지만 그가 동물원에 스스로 걸어들어간 만든 그의 옛 연인, 그녀만이 그를 한 인류의 표본이 아닌 한 사람으로써 여전히 바라보며 크로마티의 안정된 생활에 점점 금이 가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그녀가 크로마티가 동물원에서 빠져나오기를 바란다거나 그를 돕기 위해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알 수 없고 이해하기는 더욱 어려우며 그 끝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사랑의 행위를 당신은 설명할 수 있는가?
“사람들은 아름다운 모든 것을 잡아다 가둬두지. 그리고는 조그만 방에다 가둬두고 죽을 때까지 지켜봐. 그렇기 때문에 다들 자신을 숨기고 가면 뒤에서 살아가는 거야...” 크로마티의 말처럼 우리는 어떤 가면을 뒤에 숨어 있는가?
1892년 영국 이스트 석세스 출신. 비평가이면서 동시에 출판사 고문으로 일하던 아버지와 실력좋은 번역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모두 도서관 사서로 일했고 주변 친인척들 대부분 작가이거나 출판 관련 일을 했을 정도로 문학 집안이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글을 접하고 집필하였지만 비교적 늦은 나이인 20대 후반무렵 세계 1차대전 젊은 장교와 밤무대 가수의 이야기를 다룬 처녀작 ‘마약 그리고 연인(Dope Darling)’을 출간했다.
이후 ‘여우가 된 여인(Lady into Fox)’, ‘동물원의 남자(A Man in the Zoo)’, ‘선원의 귀환(The Sailor’s Return)’ 등 총 40여편이 넘는 작품을 출간하며 노년까지 펜을 놓지 않았다.
많은 무대와 등장 인물을 통해 그가 평생을 이야기 하고 싶어한 주제는 ‘사랑’이었다. 실제로 양성애자(bisexual)이었던 그에게 있어 사랑은 언제나 축복이자 동시에 풀기어려운 시련이나 난제 였을 것이다. 아마 가넷이 끊임없이 책을 집필한 것도 결국은 글을 통해 자신만의 정의를 찾고자 함이었을 것이다.